” 많은 어휘가 한자에서 유래되었으며, 기본 어휘력 향상은 한자 이해에서 시작된다. ”
— 유홍준 (미술사학자)
오늘날 학생들이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어휘력 부족’입니다. 교과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문제를 봐도 질문이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그 해답은 ‘어문력’, 그 중에서도 ‘어휘력’에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학습 내용은 ‘언어’를 매개로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 언어의 중심에는 ‘어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문장을 이해할 수 없고,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개념을 익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어휘력’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한자어입니다.
📍 한자를 모르면 어휘가 낯설다
국어 사전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주요 개념어들을 찾아보면, 70% 이상이 한자어입니다.
‘개념’, ‘사례’, ‘논증’, ‘비판’, ‘추론’, ‘분석’, ‘해석’ 등 교과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들은 한자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추론(推論)’이라는 단어를 보세요.
‘밀다(推)’와 ‘논리(論)’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이 한자 뜻을 알면 ‘논리를 밀고 나아가 새로운 결론을 얻는 것’이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하지만 한자 지식이 없다면 ‘추론’이라는 단어는 그저 어렵고 낯선 단어일 뿐입니다.
이는 단지 국어 과목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닙니다.
수학의 ‘방정식’, 과학의 ‘화합물’, 사회의 ‘정치체제’ 등도 모두 한자어입니다. 모든 과목이 언어로 구성되어 있고, 그 언어의 핵심이 한자인 셈이죠.
📍 어휘력은 사고력의 바탕
언어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말했습니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이는 어휘력이 곧 사고의 한계임을 의미합니다.
아이들이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 개념을 설명하는 단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어가 어렵고, 낯설고, 개념이 안 잡히는 겁니다.
소설가 김영하는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어휘가 풍부할수록 더 정교하고 깊이 있는 생각이 가능해집니다.
📍 한자를 몰라 실제로 겪는 공부의 어려움
실제, 평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중학교 2학년 현우라는 남학생 친구가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국어 비문학 지문과 사회, 과학 문제를 풀면서 이해가 잘 안 된다는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분명히 문장은 읽었는데,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문제를 풀 때도 정답을 고르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논거’와 ‘논제’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민재는 얼핏 보기에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푸는 데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논거’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이고, ‘논제’는 논의하고자 하는 중심 주제입니다. 그런데 민재는 둘의 차이를 정확히 모르고, 단어의 뜻을 혼동해 문제에서 틀린 선택지를 고른 것이죠.
과학 시간에는 ‘화합물’, ‘용액’, ‘증류’ 같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이 단어들 모두 한자어입니다. ‘화합(化合)’은 ‘서로 다른 성분이 합쳐진다’는 의미이고, ‘용액(溶液)’은 ‘녹는 액체’를 뜻합니다. 그런데 민재는 이 단어들이 그냥 ‘어려운 과학 용어’라고만 느끼고, 단어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과학 개념을 익히는 데에도 시간이 배 이상 걸렸고, 문제 해결 능력에도 큰 지장이 생겼습니다.
사회 교과서에서는 ‘정치 체제’, ‘입법 기관’, ‘사법권’ 같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이 또한 한자를 기반으로 한 복합어들인데, 민재는 이 단어들의 구성 성분과 뜻을 알지 못해 단락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단어를 모르면 문장도 어렵고, 문장이 이해되지 않으니 지문 전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입니다.
결국 현우는 깨달았습니다.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내용 자체보다 단어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특히 ‘한자’를 몰라서 어휘의 구조와 뜻을 유추할 수 없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후 현우는 하루에 한 단어씩 한자어를 정리하고, 스스로 단어장을 만들어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예를 들어 ‘분석(分析)’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나눌 분(分)’, ‘가를 석(析)’의 의미를 써보고, 유사한 단어도 함께 묶어서 익히기 시작한 것이죠.
그렇게 하자 어려웠던 문장도 점점 눈에 들어오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되살아났습니다.
이처럼 한자를 모르면 단어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모든 과목의 학습 이해력이 떨어집니다. 공부의 기초는 결국 어휘력이고, 어휘력의 기반은 한자 이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한자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제는 한자 공부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자는 단순히 과거의 언어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식의 코드입니다.
단어의 뿌리를 이해하면, 더 빠르게 더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해집니다.
문제를 풀 때도 단어의 뜻을 짐작할 수 있고, 낯선 단어 앞에서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공부의 기본기를 다지는 길이며, 진짜 실력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한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셨나요?
이제는 한자 공부, 미루지 말고 시작해 보세요. 어휘력이 달라지고, 공부가 달라질 겁니다.
#어휘력 #한자공부 #문해력 #공부습관 #언어능력 #학습기초 #비문학독해 #국어어휘 #교과서이해력 #공부자극